개강일기

# 1

 '4학년'이라는 감개무량하면서도 부담스러운 타이틀을 단 채로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학기는 졸업을 위해 학점을 채우는 데에 큰 비중을 두다보니 시간표의 모양새 따위에 신경 쓸 여유라고는 없었다. 그래서 학교다닌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주 5일 등교, 주 2회 1교시…

 그럼에도, 이제 '1학기로는 마지막이 되겠다' 싶으니 왠지 듣고 싶은 과목이 많다. 내가 졸업하고 나면 언제 한 언어의 발달사를 연구해보겠는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해서 더 많이 듣지 못하는게 아쉽기만 하다. 

 또, '학교다니면서 공부하는 때가 제일 편하고 즐거울 때'라는 어른들의 말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 2

 이번학기는 이중전공인 광고홍보학 수업을 주로 수강하는데, 오늘까지 강의의 모든 교수님들이 매우 좋다. 특히 월요일 강의의 교수님은 우리 옆집 아저씨랑 너무 닮아서 놀라울 정도였는데, 국내에서 탑인 외국계 PR에이전시에서 근무하시다가 현재는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업체의 대표로 업계에서 많은 일들을 하시는 분이셨다. 짧은 시간동안 별로 긴 말도 안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이 분이 진짜 사고하시는, 이 업계에 대한 애착이나 가치관이 남다르고 또 분명하다는 느낌이 팍팍와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3

 이  교수님의 "커뮤니케이션을 한국어로는 의사소통(意思疏通)이라고 하는데, 의사소통에서 의사가 더 중요할까요 소통이 더 중요할까요?" 라는 질문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자신있게 "소통이요"라고 대답했다.

 반전으로, 정답은 '의사(意思)'였다. 그러고보면 소통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 선행되어야하는건데, 이렇게 간단한 이치를 전공자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걸 이렇게 가볍게 집어내시는 교수님을 우러러 볼 수밖에.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교수님에 대해 서칭하다가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블로그에서 시대의 현안들이 얼마나 깊은 생각없이 무작정 소통부터 시작하려고하는지에 대한 지적이 담긴 글을 보았고, 공감했다. 

 개인적으로도 '의사'가 분명하고 '소통'능력도 갖춘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팎으로 진정한 커뮤니케이터가 될테야.

# 3

 '글로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강의도 수강하는데, 교수님의 경력이 국내외로 화려하다. 이번학기 교수님들 라인업을 보니, 언론정보학부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로 이름바꾸더니 일도 제대로 하는구나 싶다. 
 이 과목의 교재로 Marieke de Mooij의 책을 우리학교 교수님과 다른 S대 교수님께서 공동으로 번역한 것을 사용한다. 저자의 이름에서 나는 네덜란드의 냄새를 맡았고, 검색결과 이 분이 엄청나게 저명한 네덜란드의 커뮤니케이션학문 관련인사임을 알아냈다.
 이것이 바로 네덜란드X커뮤니케이션 콜라보!!!
게다가 번역이 우리학교 교수님이라니… 이 책은 빨리 사서 공부하고 싶어 죽겠다. 한국어가 불편한 학생은 원서를 사서 보아도 무관하다며 농담을 날리셨는데, 원서가 네덜란드어로 쓰였더라면 난 진짜 원서를 주문했을지도몰라…

# 4

그나저나 개강과 함께 조모임의 문도 함께 열렸다…… A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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